스토리매거진

[Give 스타] '마음을 갚는 기부' 이경희 후원자 인터뷰


‘장애인 가족’으로서 살아가며, 또 다른 ‘장애인’을 위해 나눕니다.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나눔으로 보답하는

이경희 후원자를 소개합니다.



이경희 후원자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내 장애 아동을 후원하고 있는 4년 차 밀알복지재단 후원자이자, 시각장애인 오빠를 둔 장애인 가족의 일원입니다. 오빠의 장애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해외로 나가 생활하다가, 7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3D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후원 신청 당시 남긴 ‘가입 한마디’가 인상 깊습니다.

후원 이후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은데, 당시 소회가 궁금합니다.


< 후원 가입 한마디 >

장애를 가진 오빠를 보며, 신체적 어려움이 있을 때 본인과 주변인들이 얼마나 힘들고 마음 아픈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가족이 희망 속에서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우리를 위해 도와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또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함께하겠다.’ 다짐해 왔기에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살아오면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 도움이 저희에겐 희망이자 한줄기 빛이었기에 그 소중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들의 마음을 본받아 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고, 넉넉하지 않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후원은 저희 가족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의 마음을 되갚는 활동이에요. 많은 분들 덕분에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었던 제가 간절히 도움을 기다리는 또 다른 장애인을 위해 나눌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오며 ‘본인과 주변인들이 얼마나 힘들고 마음 아픈지 경험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요?

장애는 그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장애인 가족으로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죄책감이 있어요. 그리고 장애인 가족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가족들의 희생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오빠는 죄책감과 희생으로 가득한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저희에게 더 미안함을 가졌던 것 같아요. 오빠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서로에게 미안함을 안은 채 살아왔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한한 굴레처럼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 저는 그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가 처음이었고, 경험과 정보도 부족했기에 서로에게 더 서툴렀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경험을 쌓으면서 지금의 우리 가족은 미안함보다는 희망과 긍정으로 가득한 행복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이경희 후원자 가족사진 (본인 제공)


장애인 가족의 경우, 장애 형제에게 부모(주변)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로 비장애 형제가 소외감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후원자님은 어떠셨나요? 

친척뿐 아니라 지인을 만날 때면, 저를 향한 사람들의 첫인사가 “오빠는 잘 지내?”였어요. 내 존재보다는 오빠의 존재가 우선인 제 삶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고,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의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는 오빠를 참 많이 질투하고 미워했습니다. 그래도 질투심에 못된 말과 행동을 하는 저를 혼내기는커녕 오히려 더 미안해하는 가족들을 보며 ‘내 스스로가 너무 큰 미움을 갖고 살아가고 있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서운함을 털어 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런 과정들이 있어 더 굳건하고 끈끈한 가족이 된 것 같아요.


힘들었던 순간, 후원자님에게 가장 힘이 된 것은 무엇인가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시각장애인 오빠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머니와 오빠, 저는 해외에서 생활하게 되었어요. 기꺼이 기러기 아빠가 되어준 아버지의 희생 덕분이었죠. 해외 생활을 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문화, 환경의 다름으로 인해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저희 가족을 지원해 주시는 복지 기관들과 좋은 이웃분들 덕분에 무사히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이 정서적, 경제적으로 소외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 그분들이 있어 저희 가족은 평범함을 꿈꾸며 힘차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제가 ‘후원자’로 오늘을 살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경희 후원자 기부증서 


도움을 받던 대상에서, 도움을 주는 후원자로!

밀알복지재단을 통해 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오며 다양한 도움을 받아 왔기에, 그 절실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 아동의 경우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장애 아동의 소식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장애인 오빠를 둔 만큼 장애인 복지사업을 수행하는 ‘밀알복지재단’이 낯익었습니다. 경험과 우연이 닿아 2020년부터 시작된 밀알복지재단과의 인연은 뇌병변장애를 가진 장애 아동과 이어져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네요!


후원자로 활동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해마다 보내주시는 결연아동 성장발달보고서를 보며, 아이의 성장에 나의 후원이 작은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함을 많이 느낍니다. 저에게 이 아이는 애틋함을 주는 ‘또 다른 가족’이에요. 장애로 인한 한계와 제약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오빠의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가족의 마음으로 부디 이 아이가 꾸준히 치료를 받고 건강해져서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후원자에게 ‘나눔’이란 무엇인가요?

나눔은 ‘돌고 도는 것’입니다. 우리 가족은 누군가의 나눔을 통해 도움을 받았었고 켜켜이 쌓인 소중한 기억들은 ‘나도 누군가를 위해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나눔은 관계를 이어주고 성장시키는 선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나를 위해, 더 나은 우리를 위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많은 분들이 나눔을 경험해 보고 작게나마 실천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직 나눔을 실천해 보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후원자’로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다 사람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받은 감사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감사함을 세상에 다시 갚는다는 마음으로 나눠본다면 분명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마음을 나누는 것, 내가 받은 사랑을 그대로 전하는 것.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나의 나눔으로 우리 사회가 빛날 수 있도록 함께해 보는 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가족’의 입장에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와 같은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분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전하고 싶습니다. 가끔은 서운하고 억울할 때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들은 여러분의 배려와 양보를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길도 쉽지 않겠지만 사랑만은 가득한 길이 되길 응원하겠습니다.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가며 울고 웃던 때를 보냈지만

가족의 진심과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다시 그 감사를 갚을 수 있는 한 아동의 결연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또 다른 이경희 후원자님과 그 가족분들이

감사한 일상을 지내고, 그 일상을 나눌 수 있도록

밀알복지재단은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글.홍보실 고은솔, 박연희

사진.홍보실 노태수

  • 2023년 83호 Vol.83
    2023년 83호 Vol.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