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Mㅣ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가 늙어간다는 건 - 다큐멘터리 《Mimi and Dona》가 보여준 ‘부모 이후’의 시간

2026.05.21



사진 출처: PBS Independent Lens <MIMI AND DONA>

“나는 도나보다 먼저 죽을 거예요.”
다큐멘터리 <Mimi and Dona>의 주인공인 92세의 어머니 미미는 64세의 지적장애 딸 도나와 함께 살아간다. 두 사람은 한 집에서 의지하고 때로 다투기도 하며, 매주 미용실과 교회에 가고, 매일 밤 ‘휠 오브 포춘’ 시청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미미와 도나의 손녀이자 조카인 소피 사르탱 감독은 그 평범하고 충만한 일상을 조용히 따라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미미는 담담하게 말한다.
“나는 도나보다 먼저 죽을 거예요.”
미미는 딸과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왔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 즉, 노화라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더 이상 도나를 돌볼 수 없으며 딸을 주립 시설에 맡긴다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린다.

우리는 흔히 부모가 아이의 미래를 걱정한다고 말한다. 학교, 취업, 결혼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어떤 부모의 걱정은 조금 다르다.
‘내가 사라진 뒤에도, 이 아이는 안전할 수 있을까.’
<Mimi and Dona>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 작품이다.



사진 출처: PBS Independent Lens <MIMI AND DONA>

점차 늘어나는 돌봄의 기간
미미와 도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과거에 비해 발달장애인의 삶은 훨씬 길어졌다. 의료 환경과 복지 체계가 나아지면서 발달장애인의 평균 수명 역시 증가하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좋은 현상이지만, 수명의 연장은 동시에 돌봄의 연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기간이 대부분 가족 안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주 돌봄자가 부모인 비율은 약 78.6%에 달한다. 또한 주 돌봄자의 평균 연령은 56.6세로 나타났다.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실태조사」) 또 다른 조사에서는 재가 중증장애인 보호자의 46.1%가 60대 이상이었다. (출처: 경기복지재단 「2025년 경기도 장애인 자립생활 실태조사」)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가정에서 늙은 부모가 중년의 장애 자녀를 돌보는 ‘노노(老老)돌봄’ 구조가 현실이 된 셈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의 주된 지원자는 가족 구성원인 경우가 82.1%였다. 반면 활동지원사 등 공적 돌봄서비스 제공 비율은 13.8%에 머물렀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구조를 ‘가족의 사랑’이라는 말로 설명해왔다. 헌신적인 부모, 끝까지 책임지는 가족 같은 말들 말이다. 하지만 과연 한 사람의 삶이 가족의 사랑만으로 유지되는 구조는 안전한 것일까?



통계 출처: 보건복지부, 「2023 장애인실태조사」


가장 두려운 시간은 ‘지금’이 아니라 ‘이후’다
이렇듯 많은 발달장애인 가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간은 지금이 아니라 ‘이후’다. 실제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터뷰와 장애인 가족 조사에서는 보호자들이 반복적으로 비슷한 말을 남긴다.
“내가 하루만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 말은 단순한 애틋함이 아니다. 그 안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돌봄 체계와 자립 지원, 그리고 가족에게 집중된 책임의 무게가 함께 들어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돌봄 체계가 개선되며 최근 장애계에서도 부모 사후 돌봄 대신, ‘부모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삶’을 더 많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원주택사업이다. 지원주택은 발달장애인이 일상 속에서 자립하여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거 사업이다. 기존의 시설 돌봄이 ‘안전’ 중심이라면 지원주택은 ‘삶’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 출처: LH주거 블로그,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주택 다다름하우스」


하지만 여전히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 정착하기까지 현실의 벽은 높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평균 거주 기간은 24.3년에 달한다. (출처: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정책리포트) 이는 많은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가지 못한 채 장기간 시설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Mimi and Dona>의 미미를 포함한 부모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단지 자녀의 하루가 이어지는 것을 넘어, 자유 속에서 살아가는 것일지 모른다.



사진 출처: PBS Independent Lens <MIMI AND DONA>

부모는 영원할 수 없기에
가정의 달이 되면 우리는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Mimi and Dona>는 사랑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현실 역시 보여준다. 누군가는 오늘도 자신보다 오래 살아갈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하루를 버틴다. 이제는 그 걱정이 개인의 불안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가족에게 집중된 돌봄 구조, 부족한 자립 지원, 부모의 노화를 전제로 설계되지 않은 사회 시스템과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 ‘위대한 부모’를 칭찬하기에 앞서, 부모가 늙어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 부모의 죽음 이후 장애 자녀가 삶의 기반을 잃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절실한 때다. 부모는 영원할 수 없다. 그래서 돌봄 역시 사랑만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 안에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