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복지재단

지식채널M l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틈이 줄어들길 바라며

2026.10.30



비올라 아르도네의 소설 『칠드런스 트레인』에서는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도시에서 거주하는 일곱 살 소년 ‘아메리고’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그려낸다. 공산당 주도로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탁가정으로 보내는 정책이 시행되자, 아메리고는 엄마가 자신을 보낼까 봐 두려워한다. 그러면서 장애가 있다면 엄마가 자신을 곁에 두리라 생각해 잘 걷지 못하는 척, 말을 하지 못하는 척한다.

아이다운 순진한 판단이지만, 장애를 ‘해야 할 일에서 면제되는 상태’로 바라보는 시선이 이야기 속에 자리하고 있다.



(좌) 비올라 아르도네 저, 도서 『칠드런스 트레인』 표지 (이미지 출처: 문학동네)
(우) 곤도 후미에 저, 도서 『인플루언스』 표지 (이미지 출처: 북플라자)


곤도 후미에의 장편소설 『인플루언스』에는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주요 인물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외모로 묘사된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친구로 다운증후군이 있는 학생과 언어장애가 있는 학생이 짧게 등장하는데, 이들은 입체적인 서사를 부여받지 못하고 주인공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표현된다. 

이들 소설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장애가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이야기를 움직이는 장치로 쓰인다는 점이다. 장애가 있는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기보다 비장애인 주인공과 대비되거나 도움을 받는 자리에 머문다. 이런 시선은 소설에만 있지 않다. 영화 <터미널>과 <범죄도시2>에는 정신병원을 낙인과 조롱의 말로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AI 생성 이미지


오랜 시간 미디어에서 장애인은 나약하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져 왔다. 반대로 장애가 있는 인물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내면 장애를 '극복'했다거나 '딛고 일어섰다'거나 '넘어섰다'는 표현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물론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는 의미가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장애 자체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인 것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겪는 어려움 중 상당수는 장애 자체보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 충분하지 않은 지원과 접근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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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디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애가 있는 인물을 단순히 도움을 받는 존재나 비장애인과 대비되는 인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도하고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담아내야 한다.

문학을 비롯한 대중문화에 담긴 장애인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미디어가 장애를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틈도 좁혀질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이야기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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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〡박관찬 (박관찬스토리센터 대표)

※ 본 칼럼은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밀알복지재단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