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복지재단

도시를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다, ‘KB 봄 프로젝트’ 이시호 작가

2026.10.06






밀알복지재단 대학생 기자단 7기
이주하, 이하은, 정서현 


재능이 자랄 수 있는 자리를 만들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KB 봄 프로젝트’ 이시호 작가의 모습


이시호 작가는 어릴 적부터 지하철과 버스, 건물을 유심히 보곤 했다. 대여섯 살 무렵에는 조명과 테이블 등 주변 사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일곱 살 때에는 별도의 전개도 없이 고속도로와 버스 등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시호 작가의 어머니는 당시 그의 모습을 보며 ‘관찰력과 공간 감각이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과 재능을 전문적인 미술 교육으로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머니는 “발달장애인이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여러 군데 알아봤지만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것이 밀알복지재단의 ‘KB 봄 프로젝트’였다.

KB 봄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KB국민카드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발달장애 아동·청소년 미술교육 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은 미술에 관심과 가능성을 가진 아동·청소년을 발굴해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작품 발표와 전시 경험까지 지원하며 장기적인 성장을 돕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문화예술센터 김한솔 간사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발굴'과 '지속적인 성장 지원'을 꼽았다. 김 간사는 “처음부터 뛰어난 실력을 갖춘 아이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미술에 대한 관심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꾸준히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단기간의 교육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표현 방식과 작품 세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꾸준히 지원하는 것이 KB 봄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도시를 바라보던 시선이 작품이 되기까지
KB 봄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이시호 작가의 작품 세계는 한층 더 넓어졌다. 다양한 재료와 표현 기법을 배우면서 자신이 바라본 도시의 모습을 보다 다채롭게 캔버스에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이시호 작가의 작품은 창밖의 풍경, 건물과 다리처럼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장면들을 담아낸다. 교통수단과 건물, 다리 등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실제 풍경에 상상을 더해 재해석한 장면도 눈에 띈다.

최근 ‘하나아트버스 발달장애인 미술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파리, 서울과 만나다 – SEOUL BEHIND PARIS’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2025년 9월 파리와 런던 여행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에펠탑 광장과 잠실을 마주 보는 구도로 배치하고 두 공간을 올림픽대교로 연결했다. 다리 아래에는 파리의 바토무슈와 한강 수상버스가 서로 교차하도록 그렸다.



‘파리, 서울과 만나다 – SEOUL BEHIND PARIS’, 이시호 작가


이시호 작가는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을 그림으로 표현해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약 2년에 걸쳐 완성한 그림책 ‘지하철 타고 서울 한 바퀴’를 꼽았다. 건대입구역에서 출발해 여러 역을 거쳐 인천국제공항까지 이어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림을 배우며 찾은 ‘내가 속할 곳’


이시호 작가와 보호자를 인터뷰하는 대학생기자단 이주하, 이하은, 정서현 기자


미술교육은 작품의 변화뿐 아니라 이시호 작가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는 시호 작가가 첫 미술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날 건넨 첫 마디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미술을 좋아하는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라며 좋아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던 아이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며 소속감을 느꼈고, 자존감과 자기효능감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예민함 때문에 외출조차 어려워했던 시호 작가는 이제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하고 인터뷰에 참여할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됐다.

변화는 가정에서도 나타났다. 시호 작가는 스스로 출품할 공모전과 다음 작품의 주제를 정하고 가족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한다. 어머니는 “아이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고, 아이를 더 존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출품할 작품을 그리고 있는 이시호 작가의 작업 모습
 
이러한 주체성은 KB 봄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목표와도 연결된다. 실제로 역대 참여자인 김지우 작가와 이민서 작가는 현재 밀알복지재단 발달장애 예술팀 ‘브릿지온 아르떼’에서 정규직으로 활동하며 작품 제작과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김 간사는 이를 두고 “좋아하는 것이 재능이 되고 재능이 결국 자신의 직업과 삶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언급했다.


발견된 재능이 멈추지 않도록 
그러나 한 사람의 재능이 전문적인 예술 활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참여자마다 장애 특성과 성장 속도가 다른 만큼 장기간의 교육이 필요한 데다, 지역에 따라서 전문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나 장애 예술 경험을 갖춘 강사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교육 이후 작품을 발표할 전시 기회나 전문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후속 지원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현실적인 한계다.

KB 봄 프로젝트는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사업 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도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의 가능성을 발굴하여 보다 많은 이들이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동·청소년기에 발견한 재능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다. 김 간사는 미술교육에서 시작해 전시와 공모전, 전문 작가 활동과 고용, 자립까지 연결되는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시호 작가와 보호자의 모습


이시호 작가는 자신에게 미술이 “소통”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보고 경험한 순간을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직접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어릴 적 지하철과 버스, 건물을 유심히 바라보던 한 아이의 관심은 그림이 되었고, 그림은 세상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되었다. 미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자신이 속할 곳을 발견했던 이시호 작가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렇게 이시호 작가의 ‘봄’은 자신만의 그림과 이야기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