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복지재단

한 사람을 위한 단 하나의 신발, 장애인 정형신발 지원사업 MUVE(무브)

2026.09.07


 

밀알복지재단 대학생 기자단 7기 A팀
김사라, 유정아, 이주하



하람공방에 보관된 이용자별 맞춤형 인솔. 개인의 발 상태에 맞춰 정형신발 제작에 활용된다.


헐렁한 어른 신발 대신, 나만의 신발이 생긴 날
10살 정우(가명)의 발 크기는 약 220mm이다.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근육이 짧고 평발이 심해 기성 신발로는 발을 제대로 지지하기 어려웠다. 정우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맞는 신발을 구하지 못해 본인 신발을 신겨야만 했다고 말했다.

“아이 발 크기는 220mm 정도인데, 250~260mm나 되는 커다란 어른 신발을 신기고 다녔어요. 그러니 발이 신발 안에서 겉돌아 늘 불안할 수밖에 없었죠.”

헐렁한 신발을 신은 정우는 작은 턱에도 자주 넘어졌다. 감각이 예민해 시중에서 구입한 교정 깔창도 사용하기 어려웠다. 발달센터 치료사는 재활치료와 함께 일상에서도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신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수십만 원에 달하는 맞춤형 신발 제작 비용은 한 부모 기초생활수급 가정인 정우네에 큰 부담이었다. 그러던 중 정우의 어머니는 사회복지사의 추천을 받아 밀알복지재단의 정형신발 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걷는 일상이 보장되도록, MUVE
밀알복지재단 기업사회공헌팀 박지혜 대리는 국내 등록장애인 가운데 지체장애인이 4.3%인 약 117만 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많은 이들이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형신발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의 지원 기준과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필요한 신발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박 대리는 “맞춤형 정형신발과 인솔은 제작 비용이 높아 취약계층 장애인에게 큰 경제적 부담이 된다”며 “장애인분들에게 꼭 필요한 ‘이동의 자유’를 선물하고자 사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밀알복지재단은 무신사, 성동구청과 함께 2024년부터 장애인 맞춤형 정형신발 지원사업 MUVE를 시작했다.




밀알복지재단과 무신사가 맞춤형 정형신발 지원 대상자를 모집한다


MUVE는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발 기능 장애나 변형, 다리 길이 차이 등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등록장애인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선정된 대상자는 지정된 수제화 업체나 거주지 인근 전문 업체를 방문해 발을 측정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직접 고른다. 정해진 신발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발 상태와 보행 특성, 취향을 반영해 자신에게 꼭 맞는 신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업 시작 이후 올해 하반기 대상자를 포함해 총 37명이 MUVE의 지원을 받았다.


한 사람의 걸음을 지탱하는 손길, 정형신발이 완성되기까지



MUVE 사업에 참여한 정형신발 전문 제작업체 '하람공방'의 모습


정형신발 한 켤레에는 오롯이 한 사람을 위한 손길이 담긴다. 성수동에서 맞춤형 정형신발과 안창(깔창)을 제작하는 하람공방 이은정 대표는 기성 신발과 정형신발의 가장 큰 차이로 ‘개별성’을 꼽았다. 이 대표는 정해진 치수에 맞춰 대량 생산되는 기성 신발과 달리 정형신발은 이용자의 발 상태와 보행 패턴, 장애 유형, 변형 정도 등을 세밀하게 살핀 뒤 개인별 족형과 인솔을 수작업으로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크기의 발이라도 사람마다 필요한 지지 방식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다른 만큼, 측정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이 한 사람에게 맞춰 이루어지는 셈이다.




밀알복지재단 대학생기자단 7기(좌 유정아, 우 이주하)가 하람공방에 방문하여 신발 제작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제작자는 석고본 채형과 족저압•보행 측정을 통해 발의 길이와 둘레뿐 아니라 체중이 실릴 때의 변형과 관절 움직임까지 확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리 길이 차이와 발의 변형, 통증 부위에 따라 굽 높이를 조절하고 충격 흡수재를 배치한다. 발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신발 내부 공간도 세심하게 설계한다.

측정을 마치면 개인별 족형과 인솔을 만들고, 신발 윗부분 봉제와 중간 피팅, 밑창 결합, 착용 점검을 거친다. 실제 제작에는 약 3~4주가 걸린다.
 

신발 하나가 바꾼 걸음, 그리고 일상
정우의 어머니는 맞춤형 정형신발이 발목과 아치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면서 아이의 발에 힘이 바르게 실리고, 걸음도 한결 안정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외출을 할 때 더욱 크게 느껴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외출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점"이라며 "전에는 아이가 넘어질까 봐 온 신경을 써야 했지만, 이제는 함께 산책하는 시간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정우에게 나타난 변화는 한 사람의 경험에만 그치지 않았다. 실제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후 설문 조사에서도 정형신발이 일상에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응답자 모두가 착용감에 대해 ‘매우 편해서 매일 신고 싶다’고 답했으며, 일상생활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향후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다는 응답도 100%를 기록했다.

하지만 더 많은 장애인에게 정형 신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맞춤형 정형신발은 한 켤레를 제작하는 데 최대 90만 원에 달해 한정된 예산으로는 지원 인원을 확대하기 어렵다. 보행 특성에 따라 밑창의 특정 부위가 빠르게 닳을 수 있고, 성장기 아동의 경우 발 크기가 달라질 수 있어 제작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선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현재 수도권 외 지역 이용자의 경우 현지 제작 업체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비수도권 거주자의 접근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밀알복지재단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원대상자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며 지역적 한계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신발 한 켤레가 걸음 하나를 바꾸고, 달라진 걸음은 다시 한 사람의 일상을 바꿀 수 있다. 편하게 걷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더 많은 곳을 오가게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정우에게 맞춤형 신발이 그랬듯 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불안함 없이 자신의 걸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MUVE의 걸음도 그렇게 더 많은 사람의 일상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