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다: 미얀마 카친주 2차 심리지원
2025.12.12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11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미얀마 카친주에서 내전 피해를 입은 실향민 캠프와 호스트 커뮤니티 청년들을 대상으로 2차 심리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심리사회 지원 프로그램은 한국의 심리사회지원 교육원 ‘사람들에게 평화를' 소속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심리사회 지원 프로그램을 수료한 미얀마 카친주 내천 피해 청년들



내전이 남긴 마음의 상처: 

회복을 위한 '소매틱스(Somatics)' 기반 치료


미얀마 카친주는 장기화된 내전으로 실향민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이 지역 청년들 또한 지속적인 불안과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밀알복지재단은 KOICA와 협력해 2025년 4월부터 ‘‘미얀마 카친주 내전 피해 실향민 및 호스트커뮤니티 청년 심리사회적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의 1차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이번 2차 교육 역시 소매틱스(Somatics)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청년들이 몸의 감각을 깨우고 마음의 안정과 회복을 얻도록 돕는 트라우마 치료기법입니다.


*소매틱스(Somatics): 내부의 신체 지각(Perception)과 체험(Experience)을 강조하는 바디워크(Bodywork) 및 움직임 연구 분야



 

 ‘터치’의 심리안정감 효과를 실습하는 청년들


몸을 통해 마음을 이해하다

프로그램은 긴장 속에 있던 청년들의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신체활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각 보자기를 함께 잡고 제기를 통통 튀겨 올리는 게임은 단순해 보이지만, 청년들이 서로의 손 힘과 리듬, 속도를 맞추지 않으면 금세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는 ‘협동 놀이’입니다. 낯설게 시작된 움직임 속에서 어느새 웃음이 터지고, 보자기를 잡은 손끝에는 자연스럽게 힘의 흐름이 느껴졌습니다. 



 

그룹 신체활동을 진행하며 ‘함께의 힘’을 배운 청년들



또 다른 활동에서는 색깔이 다른 긴 막대를 이어 붙여 작은 공을 옮기는 협동 게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 들고 있는 막대의 높이와 각도를 세심하게 맞춰야 했기 때문에, 몸의 긴장과 이완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공의 이동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처음에는 공이 자주 떨어졌지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서로의 움직임을 읽기 시작하자 막대 사이의 흔들림이 잦아들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청년들은 협동 속에서 서로의 속도와 리듬을 맞추는 법,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팀빌딩 게임 중인 청년들



신체활동을 통하여 긴장해 있던 몸의 감각을 깨웠다면, 이후에는 ‘자신이 가진 자원(Resource)’을 시각화하는 내적 탐구 활동도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역량, 관계망, 일상에서 사용해 온 다양한 자원을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감당해 왔는지 분석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 떠올리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빈 칸이던 종이가 점점 풍성하게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일상을 만드는 많은 것들이 ‘자원’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친구, 공동체, 일할 수 있는 몸, 꿈, 음악, 믿음, 그리고 자신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나를 지탱하는 ‘자원’이자, ‘힘’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자원을 시각화 중인 청년들



“저희는 여러 가지 자원을 하나의 우산으로 표현했습니다.

 빗줄기와 바람은 불안정한 환경을 의미하지만, 

우리가 가진 자원들이 우리를 보호해 준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우산을 스스로 펼쳐야 비를 피할 수 있듯이, 

이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표현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 자원에 대해 소개중인 강사


희망을 전달하는 청년들

이번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심리 지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교육 종료 후, 참가자들 중 리더 역할을 맡은 청년들은 또 다른 실향민 청년들에게 심리 지원 교육을 실시하게 됩니다. 이러한 전달 교육 피어그룹(Peer Group:동료/또래 그룹) 모임을 통해, 외부 활동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미얀마 청년들은 서로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나누며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됩니다. 

 


 실향민 캠프에서 전달 교육을 받고 있는 청년들



“심리사회적지원 교육을 통해 저 뿐만 아니라 

제 주변 청년들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배운 것을 나누며 공동체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미얀마 청년들이 꿈꾸고, 만들어갈 건강한 미래

내전으로 인해 입은 몸과 마음의 상처는 회복되는 데까지 예상한 시간보다 더 소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전으로 흔들린 일상 속에서도 미얀마 카친주 청년들은 서로를 지지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회복은 공동체의 회복으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넘어진 공동체원을 세워줄 수 있는 안정적인 울타리가 될 것입니다.


 

전달교육 강의 시연 후 서로를 독려하는 참여자들



밀알복지재단은 26년도에도 3차례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의 심리사회적 안녕감 향상을 위해 지원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카친주 청년들이 스스로 회복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따듯한 관심과 사랑으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심리적 안녕감: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과도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며, 스스로의 원칙이나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




글: 국제사업실 전혜진

편집: 커뮤니케이션실 조예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