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밀알학교 20년, 모두가 함께
2017.08.09
밀알학교 20년, 모두가 함께
 
 
 
1997년 밀알학교 준공식

“제 숨이 끊어지기 전에 제 아이를 먼저 데려가 주세요.”
 
장애인 아들을 둔 한 어머니의 눈물 속에서 터져 나온 고통스러운 기도가 있었습니다. 그 기도와 눈물이 씨앗이 되어, ‘밀알학교’라는 이름의 특수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그렇게 20년 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문을 연 밀알학교가 지난 5월 개교 20년을 맞이하는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졸업생과 학부모 430여 명, 그리고 밀알학교의 교직원들이 참여하여 모두가 함께 이뤄온 밀알학교 역사의 발자취를 돌아보았습니다. 근속직원 및 우수 직원 표창과 함께 20년간 자원봉사를 해 온 김영희, 이계옥 씨에게 특별한 기념패를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밀알학교 20년사 기념책자 발간
 
20년의 역사. 100년, 200년의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다른 일반 명문 학교들에 비하면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밀알학교의 20년은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장애 특수학교라는 사실 말고도, 밀알학교는 장애인 시설에 대한 극심한 님비현상을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1996년 밀알학교 건축 당시, 집값이 내려갈 것을 우려한 주민들은 공사장 입구를 봉쇄하고 현장사무소를 점거하는 등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거세게 반대했습니다. 고함을 치며 몽둥이를 들고 위협하는 주민들에 의해 기공식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법적 소송을 거쳐 공사방해중지 처분을 받고 나서야 겨우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밀알학교는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주민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교내 미술관과 음악 홀, 카페 등을 연중 개방해 주민들은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나아가 함께 어울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장애 아동을 돌보는 등 적극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주민들도 많아졌습니다.
 
밀알학교에서 20년간 꾸준히 봉사화동을 해 온 김영희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홍정길 이사장
 
“밀알학교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눈물과 희망, 그리고 수많은 기부자의 정성으로 지어진 장애아의 배움터입니다. 앞으로도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주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밀알학교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현재 밀알학교의 모습
 
밀알학교는 특별히 자폐장애, 지적장애 학생들의 자립을 목표로 설립되었습니다. 개교 당시 유치원 3학급, 초등학교 10학급으로 시작한 밀알학교는 현재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정까지 확대되어 총 32학급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57명의 교사와 70여 명의 직원 및 보조원이 206명의 장애학생을 맡고 있습니다. 밀알학교는 지난 20년간 고등부 기준 29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졸업생들은 일반 기업과 보호작업장, 근로작업장 등에서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별 특성과 능력에 적합한 맞춤 교육을 통해 밀알학교는 2001년, 2010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각각 평생교육 우수학교, 특수학교 평가 우수학교 표창을 받으며 대한민국 발달장애 교육을 선도하는 특수학교의 명문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