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매거진

케냐, 2017년을 기대하며
2017.02.22
케냐, 2017년을 기대하며
 
 
 
"로즈의원님, 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하는데 땅이 필요합니다. 혹시 키수무에 땅 가지고 계신 것 있으세요? 있다면 장애인을 위해 무상으로 땅을 임대해 주실 수 있으세요?"
 
"물론, 있습니다. 우리 가문이 가지고 있는데, 아직 미개발이라 키수무의 장애인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빌려드리지요. 얼마나 필요합니까?"
 
"아, 감사합니다. 1~2 에이커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전체 100에이커 이상 있으니 개발하고 싶은 곳에서 5에이커 떼서 사용하세요.“
 
 
현장으로 출동하는 김해영 본부장
 
만남의 축복
당장 한국 본부에 5에이커의 땅을 무상으로 받게 되었다고 전했다. 케냐에서 사용할 수 있는 5에이커의 땅을 얻었다. 자그마치 6천 평이다. 3차에 걸친 현지조사를 마칠 때 즈음에는 이미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기대감이 커졌다. 앞으로 5년간 키수무의 장애인들이 이곳에서 자립의 기반이 되는 각종 농업 기술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케냐는 밀알복지재단 아프리카 권역본부가 있는 곳으로 케냐를 비롯해 아프리카의 장애인 인권, 교육권, 기본권, 행복권을 보장하고 추구하기 위해 각종 사회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는 비영리기관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타 기관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사업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로즈 의원을 만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현지인들을 만나면서 현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 9월, 우연한 기회에 키수무 카운티를 대표하는 로즈 냐문가 의원을 만났다. 그녀는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을 보였다. 다음날 우리는 그녀의 사무실로 초청받았고, 그 자리에서 밀알복지재단 케냐권역본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브리핑했다. 궁금한 것까지 다 듣고 난 그녀는 "우리 키수무에도 장애인들이 많습니다. 이곳에서도 사업해주길 바랍니다."라고 청했다. 그해 12월, 그녀의 초청으로 키수무를 다녀오고 2015년 4월에 사업협력을 체결했다. 키수무 현지 사무소에 2명의 직원을 배치하고, 지역조사와 현지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하면서 1차로 KCOC(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가 공모한 인큐베이팅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공모일로부터 사업 확정이 날 때까지 케냐권역본부와 한국본부는 현지조사와 문헌조사를 병행하면서 키수무 사업개발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5년 10월말 키수무 장애인 지원사업에 대한 인큐베이팅사업 확정 소식을 들었다.
 
케냐권역본부와 한국본부 직원들
 
사업의 역량을 인정받다
그 후 2015년 12월부터 2016년 5월말까지 6개월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케냐권역본부의 인큐베이팅사업 수행기간동안 2회의 모니터링 조사가 있었다. 인큐베이팅사업이 마무리 되자마자 2017년~2018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의 다년도 사업을 지원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말, 코이카의 본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본부가 코이카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축척되어 있었던 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고 본다. 코이카 본사업 수행은 현지의 행정력, 사업 수행인원의 역량, 그리고 사업 경험 등을 기반으로 밀알복지재단 한국본부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본부와 케냐권역본부는 이러한 준비를 갖추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는 김해영 본부장
 
열악한 환경의 변화를 위해
키수무 카운티는 수도인 나이로비에서 약 36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비행기로는 40여 분이 걸리고, 자동차로는 6~7시간이 걸린다. 케냐에서 세 번째로 큰 주요 도시이며, 빅토리아 호수를 면하고 있어서 어업이 발달해 주민들이 타 지역에 비해 생선을 즐겨 먹는다. 그 외 사탕수수 농장이 대대적으로 개발되어 있어서 주 수입원이 되고 있다. 호수 주변에 도시가 발달해 있고, 주변으로 굴곡이 심한 골짜기 지형을 가지고 있어서 농사짓기나 목축이 어렵다. 우기철마다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관리가 관건이다. 아직 치수 시설이 잘 개발되지 않아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상습적인 수해를 당한다. 흙벽돌로 쌓아 지은 집은 비가 올 때 마다 무너지곤 하는데, 대개는 극빈층이나 독거노인, 장애인들이 이러한 주거지에서 살고 있다. 키수무사업 개발 과정에서 파악한 장애인들의 삶의 질은 매우 낮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비장애인들의 삶이 질도 좋다고 할 수는 없어 보였다.
 
케냐인구 4분의1이 빈민층이다
 
오랜 세월동안 호수를 끼고 있는 지역 특성상, 말라리아, 에이즈, 토속질병과 재해와, 순환적인 가난이 일반주민들과 장애인들의 삶에 녹아있다.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교육 수준이 낮아서 대개는 더 나은 생산을 하거나 기술을 향상시켜 보려는 시도는 미미하다. 몇 군데의 후보 지역을 조사한 후, 도시 외곽이지만 수혜자들의 참여도가 높고 교육 및 개선의 여지가 있는 웨스트 키수무 지역의 코란도 지역을 선정했다. 인큐베이팅사업을 통해 45명의 장애인, 30명의 독거노인 그리고 어르신들을 일주일에 하루 요양업무를 하는 요양사 30명 등 총 105명에 대한 개발 사업을 시행하였다. 사업기간 동안 수혜자들이 보여준 참여도와 기대는 매우 높았다. 12주에 걸친 장애인식교육, 각 사업장을 돌아보는 현장교육, 위생과 보건 교육 등이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모임시간 지키기, 줄서기, 자신의 자리 찾기 등은 기본교육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케냐에 뿌려진 한 알의 밀알
이들은 지역에서 소외되거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그룹이 되어 나타나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활동들은 지역의 주민들과 관계자들에게 도전이 되었다. 각 가족 구성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거나 소외되어 있던 장애인들이 주체가 되어 무엇인가를 위해 활동하는 것은 가족들의 인식을 바뀌게 하는 계기도 되었다. 기본생활이 유지되는데 꼭 필요한 식수용 물통, 생활용수공급, 메트리스 지급, 모기장 지급 등은 기본사업이었다. 수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 및 소양 교육을 매주 진행되었는데, 현지의 공무원들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교육을 받았다. 인큐베이팅사업 수행과정에서 파악한 장단점들은 코이카 본사업을 지원할 때 충분하게 반영하기도 하였다.
 
함께 모여 교육도 받고 이야기도 나눈다
 
부녀자 직업개발 프로그램 중 요양사 교육중인 현지인들
 
키수무 카운티는 현재 케냐에서 한국계 NGO들 중 장애인 수혜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 기관이 없으며, 코이카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곳도 없다. 이러한 점이 밀알복지재단이 키무수에서 2017~2018년 코이카의 다년도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키수무 지역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사업 모델이 현지의 사정에 맞게 잘 개발이 되고 시행이 된다면 밀알복지재단이 지향하는 장애인의 계몽, 복지, 자립 등의 설립이념에 부합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키수무의 5에이커의 땅에다 씨앗을 뿌리고 농사를 지으면서 각자의 미래를 만들어갈 키수무 장애인들도 올해에는 더 기대가 클 것이다.
 
가뭄을 견뎌낼 용수저장용 물통을 배급받은 키수무 지역주민들
 
부녀자 직업개발 프로그램 중 요양사 교육중인 현지인들
 
2016년 11월 18일, 밀알복지재단 아프리카 권역본부가 4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많은 수혜자와 관계자들이 모여 한 알의 밀알이 케냐에 잘 뿌리내리고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서로 위로하고 응원해 주었다. 밀알복지재단 아프리카 권역본부는 비슷한 성격의 여러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 분야의 장단점을 파악해 단점은 고치고, 장점은 우리 것으로 만들어 아프리카의 현지 사정에 맞는 인간과 사회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내년부터 코이카 본사업이 시작된다. 과연 우리가 뿌린 한 알의 밀알이 어떠한 나무로 성장해 갈지 기대해본다.
 
김해영 케냐 아프리카 권역본부장
사진 케냐 아프리카 권역본부
 
 
설립4주년 기념행사 때